[개발자 이야기 #2편] 일본에서의 개발자로 살아남기 : 필사적인 면접

[개발자 이야기 #2편] 일본에서의 개발자로 살아남기 : 필사적인 면접

일본어 못하는 개발자

개발자로서 첫 직장 생활을 일본에서 시작한 나는 초기에는 일본어를 무지 못했다. 어느 정도였냐면, SI 업체로써 현장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하는 말을 거의 못 알아듣는 건 당연했고, 앵무새처럼 외운 내용을 줄줄이 울프뿐, 말을 거의 못 했다. 그도 그럴만한데 일본어를 10개월 공부하고 넘어갔으니, 유창하게 일본어를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거였을 것이다.

한번은 일본인 면접관이 내가 일본어로 더듬더듬 말하는 것을 듣고는 나를 앞에 두고 “현장에 투입해도 괜찮을까?“라고 혼잣말하듯이 말을 하였다. 그 말에 나는 당당히 “괜찮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 면접관은 갑자기 표정이 심각하게 변하였고, 바로 “빠가야로!“라고 외쳤다. 그러고 이어서 “뭐가 괜찮다는 거야?“라는 말을 반복하면 화를 냈다. 그 상황에 난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였고,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미 버리진 일은 수습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면접이 끝나고, 옆에 같이 있었던 한국인이 면접관이 어떤 말을 했든 건지 말해 줘서야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이야, 술 안줏감으로 웃으면서 말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때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했다. 나라도 입장 바꿔 생각해 본다면 무지 화가 날 일이었을 것이다.

필사적인 면접

그 후로도 다른 현장에 면접은 계속 진행이 되었고, 볼 때마다 떨어졌다. 어쨌건 회사에 입사해서 밥값은 해야 하는 상황이니, 난 초조해지기 시작했고, 어떻게 해서든 필사적으로 현장 어딘가에는 들어가야만 했다. 그러다가, 마지막으로 한 현장에 한국인 한 분과 같이 면접을 봤는데, 첫인상의 사무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러고 면접관을 들어오신 분이 젊은 분으로 인상이 너무 좋았다. 그분은 지금까지 봐왔던 면접과 비교해서는 내게 친절하고, 호의적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면접관에서 기술적인 질문을 하였는데, 천천히 말해줘서인지 뭘 질문하는지는 뜻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난 그때 이 질문만큼은 어떻게서든 잘 대답해야겠다는 생각에 내가 아는 모든 일본어 어휘를 총동원하여 설명하였다. 내 의지가 전해진 것일까, 그분은 대답을 잘해줬다고 칭찬과 함께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고, 면접을 나와 같이 면접을 봤던 한국분은 일본어를 썩잘 했던 건 아니었지만, 어쨌건 나보다는 잘했고, 성격도 영업 같은 분이라 면접 분위기는 한층 더 좋게 하였다. 그 결과 난 그분과 함께 그 현장에 출근해도 된다는 회신을 받게 되었고, 그 현장은 내겐 일본에서의 처음이자 마지막인 현장이 되었다.

보통 현장에 투입이 되면 프로젝트가 끝날 때마다, 다른 현장으로 옮기는 일은 흔한 일이었지만, 난 처음에 그 현장에 출근해서 마지막에 귀국할 때까지 옮기지 않고, 그곳에서 일본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였다.

첫 번째 프로젝트

그 현장에 출근하고 같이 면접 봤던 한국분과 난 신규 프로젝트에 같이 투입되었는데, 프로젝트 리더와의 첫 대면에서 우리가 특히, 내가 일본어를 잘 못한다는 것을 리더가 알아채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런 상황이 조금 난감해하는 거 같기도 했다. 그런 그 리더는 우리와 대화하기 전에 우리를 담당하는 신입 사원 일본인을 앞장세웠고, 우리가 무슨 개발 업무를 해야 하는지 천천히 그림까지 그려가며 잘 설명해 주었다. 그러나, 실은 난 거의 못 알아들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이 같이 들어갔던 한국인분이 거의 알아듣고, 그분이 다시 내게 내용을 정리해 주셔서 업무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한국분은 비전공자였는데, 내게 도움을 준 대신에 난 그분의 개발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부족한 면을 도와가며, 콤비로써 업무를 문제없이 진행하게 되었다.

일단, 난 코드를 작성하기 전에 기존에 이미 작성된 코드를 살펴보았다. 기존에 있는 코드는 그 회사에서 제일 실력이 좋은 개발자 한 분이 쌤플처럼 미리 만든 코드였다. 난 그분의 코드를 최대한 따라 했다. 실은 내 스타일의 코딩 방식은 아니었지만, 좋든 싫든 무조건 최대한 비슷하게 코딩하였다. 어차피 내가 실무에 처음으로 투입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여, 잘하는 분을 따라 해서 나쁜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서였다. 그분은 내가 작성한 코드가 자신의 스타일로 맞춰져 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해하였고, 더 나아가 그분이 만든 코드에 기능을 확장하고 개선해 가는 작업도 하게 되었다. 물론 누가 작성했는지 구별이 안 될 정도로 비슷하게 코딩하는 것을 계속하였다.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계속 진행되어 가면서, 그분은 나에 대해 좋은 평가를 회사 내부에 말하고 다녔고, 어느새 난 그분이 인정한 사람으로 실력을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시간이 흘러가면서 난 일본어가 서서히 늘었고, 내가 도움을 줬던 그 한국분도 개발적인 스킬이 많이 향상되어 가면서 조금씩 서로의 도움이 없어도 각자 업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 첫 번째 프로젝트 이후로는 난 이분과 같은 현장에는 있었지만, 같이 하는 프로젝트는 없었다.

그리고, 첫 프로젝트에 투입되고, 어느정도 지나서 알게 됐는데, 내가 들어간 회사도 대기업 상대로 한 SI 하청 업체였고,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도 일본 대기업이 발주한 것이었다. 결국 난 하청에 하청을 받은 갑을병정에 병에 해당된 거였다.

여러 프로젝트에 투입

첫 번째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진행한 이후에 난 또 다른 여러 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었다. 그중에는 금방 끝나는 프로젝트도 있었고, 내가 보유한 스킬과 다른 프로젝트도 있었다. 매번 새롭기도 하고 어려운 점도 있긴 했지만, 큰 탈 없이 프로젝트를 하나씩 성공적으로 해내 갔다.

생각나는 프로젝트 중에는 사용하는 코딩 언어가 다른 프로젝트가 있었는데, 현장 회사 내부에는 경험자가 없었고, 해보고 싶다는 지원자도 없었던 상황이었다. 이 프로젝트에 내가 유일하게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비쳤고, 회사에서는 선택지도 없는 상황에 나를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난 우선 필요한 것만 빠르고 공부하였고, 어려움이 가끔 있긴 했지만, 결과를 일정에 맞춰 빠르게 만들어 내었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은 나에게 일감을 끊이지 않게 들어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마냥 성공한 프로젝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는 아니었고, 이미 이슈가 많아 발생하여, 지연되었던 프로젝트에 구원 투수로 투입이 되기도 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코드가 너무 낙후되어 있기도 하여, 새로 기능을 추가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어떻게 해서든 일정에 맞춰보려고 했지만, 이미 많이 지연되었던지라 그 프로젝트는 결국 실패로 끝나 버렸다. 슬프게도 이 프로젝트 리더도 그 책임으로 인해 퇴사까지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당시에 난 기술적이나 문화적이나 새로운 것에 크게 거부감 없이 뭐든 스펀지처럼 과감하게 받아들였던 거 같다. 지금 다시 도전할 수 있겠냐고 하면, 이제는 못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두 번째 글을 작성해 봤습니다. 제가 끝까지 제 개발자 경험담을 계속 작성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끝까지 완주해 보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제 글솜씨도 계속 늘길 바랄 뿐입니다. 많은 응원 바랍니다. ^^